수요와 공급이 비대칭으로 형성되어 있던 시장은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고유한 방식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다시 태어난다. 프리미엄 중고 가구 리세일 플랫폼 풀티 역시 ‘중고’로 가구를 사고파는 숨은 시장의 수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사람들이 찾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구들을 공급하는 비즈니스로 탄생했다. 풀티는 공간 디자인과 컨설팅을 해온 이윤경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 “멀쩡한 가구를 어렵게 팔거나 처분하는 것이 아깝다”에서 출발한다. 생각이 질문이 되었고 이는 다음과 같은 답으로 되돌아왔다. “가치 있는 가구를 공유해서 공간을 비우고, 또 다른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해 다시 공간을 채우게끔 도와주자!” 그녀의 비즈니스는 프리미엄 중고 가구에 대한 잠재적 시장 수요가 유효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의 평범한 가치들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엮어냈을 때 이를 통해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중고 가구 플랫폼, 풀티
풀티는 중고 프리미엄 가구를 매입해 검수와 클리닝 작업을 거쳐 다시 판매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세일 가구 브랜드이다. 인테리어의 마지막 단계인 가구 배치 시 낭비되는 자원을 다시금 활용하는 방안에서 시작한 비즈니스는 온라인 사이트와 함께 서울 한남동, 경기도 여주의 오프라인 매장 두 곳에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었으며 번개장터, 무신사와의 컬래버레이션 팝업, 매거진 까사리빙과의 협력 전시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자원의 순환과 지속 가능한 소비를 사회적 가치로 품고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풀티는 곧 세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인테리어와 공간 컨설팅 업무를 해왔다. 일의 맨 마지막 과정이 가구를 배치하는 것인데, 이때 기존 가구를 처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전히 쓸 만한 가구지만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집에 어울리지 않는 가구를 한구석에 방치하는 이도 많았기에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가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막연히 리세일 가구 서비스에 대해 구상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까시나(Cassina)의 LC3를 구매하는 고객은 그 제품의 품질이나 스펙만을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제품 뒤에 숨은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건드리는 것! 그리하여 ‘내 브랜드를 이용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풀티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외모, 성격, 능력, 재력 모두 다 갖춘 사람을 찾아요!”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일 테다. 한때 ‘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상의 밈처럼, 성공한 브랜드를 면밀히 살펴보면 완벽한 이상형과 다르지 않다. 모두 다 잘해야 한다면 그 범위와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답은 ‘단 하나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중요 가치를 이것과 연결되게끔 재조정하는 것’이다.
중고여서 허름하진 않을는지, 디자인을 복제한 가품은 아닐지, 모양은 예쁜데 우리 집에 어울릴지… 브랜드의 중고 가구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풀티는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아 일관성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 제품 검수 매뉴얼을 통해 가품/진품 여부를 판별하고, 클리닝을 마친 중고 제품의 곳곳을 사진 찍어 사용자에게 등급과 함께 흠 있는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오픈해 품질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태그(Tag)를 제품에 부착해 사용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 제품가의 10% 금액으로 미리 써볼 수 있는 렌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모든 활동들은 풀티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전개한다. 이 활동이 브랜딩, 그 자체인 셈이다.
제한된 인력과 자본을 가지고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신규 사용자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은 작은 브랜드의 고민이기도 하다. 풀티는 자신들과 타깃과 방향성이 비슷한 브랜드인 무신사 솔드아웃, 번개장터와 컬래버레이션해 하이패션과 프리미엄 리빙에 관심이 있는 30~40대 남녀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리빙 매거진 <까사리빙>과의 협력 전시를 통해 풀티의 모토인 ‘재사용’을 재활용이 가능한 팔레트를 활용해 시각화하는 등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비즈니스가 진화하면 큰 시장과 맞닿아 있어요. 나를 잘 탐구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나도 플레이어가 될 수 있어요.”이윤경 대표의 말처럼 돈을 좇아 사업을 키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고민에서 출발한 브랜드이기에 큰 시장으로의 진입이 더욱 가치 있다. 풀티의 사례로 검증되었듯이 포화 상태처럼 보이는 가구 시장에도 분명 블루오션은 있었다. 지금까지 몸담아온 현장에서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해 보자. 그리고 뾰족해질 때까지 그 문제를 들여다보자. 어쩌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 정사은
🗒️ 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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